완전 고용체, "스캐폴라이트"

지구상에는 규산염광물이 제일 많이 산출된다. 스캐폴라이트(Scapolite) 역시 규산염광물 중의 하나이다. 규산염광물이란 바로 무수규산이 주성분인 광물인데 이들의 화학조성에서는 SiO₂가 가장 많으며 굳이 족보를 따진다면 망상규산염광물에 해당된다. 망상규산염광물의 대표선수는 석영이며 장석 역시 여기에 속하는 광물이다. 따라서 이 광물은 규소사면체와 알루미늄사면체가 결정격자 내에서 사면체의 네 모서리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만든 격자의 큰 틈에 칼슘(Ca)이나 나트륨(Na)과 같은 큰 반경을 갖는 원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 광물의 특징은 매리알라이트(Marialite)와 메이오나이트(Meionite)라는 두 단종의 광물이 만드는 완전 고용체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완전 고용체란 두 단종을 구성하는 조성이 임의의 비로 자유스럽게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완전 고용체를 이루는 다른 보석광물로는 페리도트가 있다. 스캐폴라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매리알라이트의 화학식은 Na₄(AlSi₃O₈)₃(Cl₂,CO₃,SO₄)이고, 메이오나이트의 화학식은 Ca₄(Al₂Si₂O₈)₃(Cl₂,CO₃,SO₄)이다. 화학식을 보면 매리알라이트는 사장석인 알바이트에, 메이오나이트는 사장석의 다른 단종인 아노르사이트에 소금과 석고 또는 방해석이 첨가된 것과 같다. 스캐폴라이트는 바로 이 두 광물이 임의의 비로 섞여 만들어진 결정이다.

스캐폴라이트

이 광물은 주로 변성암의 구성광물로 산출되어 대리암이나 편암 및 편마암을 구성하는 조암광물로 산출되며, 자형으로 성장된 결정은 흔히 주상(柱狀)으로 산출된다. 화성암과 접촉하는 석회암의 접촉변성산물로도 스캐폴라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스캐폴라이트는 세계 각지에서 산출되나, 보석용 질을 갖는 돌은 브라질, 미얀마, 캐나다, 케냐, 탄자니아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나온다.

이 광물의 이름은 이런 결정형으로부터 기원되었다. 그리스어의 scapos는 ‘막대’ 또는 ‘지팡이’를 의미하는데, 여기에 ‘암석’이란 lithos를 결합시켜 만든 용어이다. 이 결정들은 흔히 백색 또는 회색의 불투명광물로 산출되는데, 드물게 투명 또는 반투명의 담녹색, 황색 및 자주색으로 산출되는 결정들은 보석으로 사용된다. 이 결정은 색으로만 보면 황색의 결정은 황수정과 자색의 결정은 자수정과 혼동되기 쉽다.

경도가 5~6 정도로서 보석광물로 아주 단단한 것은 아니며, 굴절률은 1.54~1.58이다. 여기서 두 굴절률의 차이를 복굴절률이라고 한다. 복굴절률이 큰 값을 가질수록 광물 내에서 광선은 서로 멀리 갈라지는데, 이런 성질은 가공된 보석의 표면으로 빛을 되돌려 놓아 광휘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중은 메이오나이트의 2.7과 매리알라이트의 2.5 사이에 온다. 주상결정의 기둥에 평행한 벽개면이 흔히 잘 발달되어, 가공할 때 주의가 요구되는 광물이기도 하다.

1975년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자주색의 스캐폴라이트는 다른 것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석업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중앙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열곡대의 남쪽 끝에 위치한 곳으로 다양한 보석광물을 산출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이 돌은 페챠이트(Petschite)란 이름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한 때는 베르너라이트(Wernerite)라고 불리기도 해서 아직까지도 유럽의 보석 업계에서는 베르너라이트로 거래되기도 한다. 비록 스캐폴라이트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하고 선명한 색상을 갖는 이런 돌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새삼 자연이 만든 이런 작품에 경이로운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직 보석으로서 스캐폴라이트는 잘 알려진 광물은 아니지만 매우 매력적인 돌이며, 어떤 경우는 묘안효과를 보이는 돌도 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