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품은 "사파이어"

여러 가지 색으로 산출되는 사파이어는 청색의 것만을 수식어 없이 사파이어라고 부른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색의 사파이어 중에서 청색 사파이어를 가장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가장 매력적인 색임을 알려 주는 증거이다.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이 돌을 사페이로스(Sappheiros)라 하였고, 라틴어로는 사피루스(Saphirus)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청색을 의미하는 말로부터 기원된 것들이다.

고대인들은 하늘이 커다란 사파이어이며, 지구가 그 안에 박혀 있다는 낭만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페르시아에서도 지구는 거대한 사파이어 위에 떠받혀져 있는 것으로 믿어서 하늘의 푸른색이 이 사파이어가 반사된 빛으로 생각하였다.

사파이어의 청색은 루비의 격정이나 열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색으로서, 조화의 색이며, 영원함, 신뢰 혹은 믿음으로 상징되는 색이자, 사랑과 그리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바티칸의 엘리트들은 사파이어를 착용하는 전통이 12세기부터 전해 내려왔다고 하는데, 이는 행위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14세기까지는 루비보다도 더 선호하던 보석이었다.

누군가 사파이어의 깊은 청색이 풍기는 멜랑콜리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으로 죠지 거쉬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번 조용한 분위기에서 들어보면 도입 부분의 클라리넷의 연주로부터 받는 인상이 바로 그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파이어는 미얀마와 캐쉬미르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벨벳의 깊은 청색을 가진 사파이어를 최고의 품질로 친다. 진한 청색에 뛰어난 광택을 가졌다.

스리랑카는 보석의 섬으로 알려질 만큼 다양한 보석을 산출하는데, 이곳에서 산출되는 사파이어 역시 양질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질 좋은 사파이어를 소유하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이런 청색은 산화알루미늄 속에 소량 들어간 철(Fe)과 티탄(Ti)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사파이어의 팬시로는 연꽃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리랑카산 파파라차(padparadscha)가 유명하다.

이는 핑크의 바탕색에 오렌지색이 떠도는 듯한 사파이어의 일종으로,

이는 연꽃의 핑크빛과 석양의 오렌지빛 저녁노을이 합쳐진 색으로 곧잘 비유된다.

사파이어는 금홍석이란 섬유상의 결정들이 방사상으로 들어간 내포물에 의하여 성채를 띠는 스타사파이어가 산출되며, 캐버션 커트로 연마된다. 이 또한 귀한 보석 중의 하나이다.

근세에 사파이어가 유명해진 것은 영국이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떠들썩했던 다이애나(Diana, 1961~1997) 비가 약혼선물로 받은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영국 왕실의 사파이어 사랑은 유별나다. 빅토리아 여왕도 결혼선물로 사파이어 브로치를 받았으며, 이 브로치는 왕실 보석이 되어 현재의 엘리자베스 2세도 간간이 이 브로치를 착용하기도 한다.

사파이어를 사랑한 왕실은 영국만이 아니었으며, 다른 유럽의 왕실인 프랑스나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서는 이 사파이어를 정절과 관련시켜, 정절을 지키지 못한 이가 이 보석을 착용하면 광채가 사라진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왔다.

1998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 〈타이타닉〉이 조용히 사파이어 붐을 일으켰다.

그 영화에서 미국 상류층의 딸로 나오는 로즈 역의 케이트 윈슬렛이 가끔 착용하였던 사파이어 목걸이(물론 이 목걸이는 모조품이었다)가 〈타이타닉〉이 준 강렬한 로맨스에 힘입어 화제를 모으게 됐다.

이에 한 보석상이 ‘대양의 심장(Heart of the Ocean)’이란 이름으로 영화 속의 모조품과 똑같은 목걸이를 진짜 170캐럿의 사파이어와 65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유명한 진짜를 모방해서 복제품 혹은 모조품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경우는 가짜가 진짜를 만들게 한 희귀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 사파이어 목걸이를 착용한 셀린 디온이란 가수가 1998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다시 한 번 세인의 눈길을 끌어 모았다.

 지금 인터넷으로 보석상을 찾아보면 ‘대양의 심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보석상들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사파이어는 청색 이외에도 다양한 색으로 산출되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보석중의 하나이다.

이 돌은 9월의 탄생석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이 사파이어를 청옥(靑玉)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파이어를 염두에 둔 용어처럼 여겨진다.

사파이어가 여러 가지 다른 색깔이 있기 때문에 청옥이라는 용어보다는 그저 사파이어로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