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동질이상, 규선석과 남정석

저자에게 있어서 홍주석하면 매우 친근한 느낌이 드는 광물이다. 저자가 지질학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부터 홍주석이란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의 뒷산에는 폐광이 된 그리 깊지 않은 갱도가 있어, 어린 시절 동네 개구쟁이들과 어울려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해 들어가 놀았던 곳이 바로 홍주석 광산의 갱도였다. 어린 저자에게 그 갱도 속은 한 여름철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신비한 곳이었다.

그러다가 지질학자가 되어서야 홍주석(Andalusite)이 바로 주요한 내화재료¹⁾의 원료광물자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홍주석의 화학식은 Al₂SiO₄로서 바로 알루미나의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내화제로 활용가치가 높은 광물이었다. 그리고 경도는 7.5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광산 주변에 내팽개쳐 있던 버력더미에서 친구들과 찾아낸 광물들이 바로 홍주석이었다. 그러나 그 홍주석은 그렇게 아름다운 광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살던 동네 뒷산의 홍주석은 반투명하거나 투명한 결정이 아니라, 그저 검붉은 불투명한 광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광물은 흔히 적갈색이나 올리브 녹색으로 산출된다.

화학조성은 홍주석과 같은데 결정구조가 다른 광물이 두 가지가 더 있다. 그들은 바로 규선석(Sillimanite)과 남정석(Kyanite)이다. 이들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홍주석에 들어 있는 두 개의 알루미늄 중 한 개는 여섯 개의 산소와 결합을 하고, 다른 한 개는 5개의 산소와 결합을 한다. 그러나 남정석은 두 개의 알루미늄이 모두 여섯 개의 산소와 결합을 하는데 반해, 규선석은 한 개의 알루미늄은 여섯 개의 산소와 나머지 한 개는 네 개의 산소와 결합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 광물은 모두 공간격자가 다른 광물이 된다. 규선석과 남정석의 경도는 5~7로 홍주석에 비하여 다소 작은 값을 갖는다. 이처럼 화학조성은 같고, 결정구조가 다른 것을 동질이상 또는 다형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을 보이는 광물의 예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책에서도 한두 번은 이런 예를 이미 설명하였다. 이렇게 결정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바로 결정이 성장될 당시의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이 광물을 조사하여, 포함하고 있는 암석이 만들어지는 온도와 압력 조건을 알아내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보석으로 사용하는 이들 동질이상들에게 그런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 결정이 얼마나 투명한지, 또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홍주석은 녹적색을 띠는 투명한 돌을 가장 선호한다. 그러나 규선석은 청색과 녹색을 띠는 돌을 선호한다. 그러나 보석용 질을 갖는 남정석 중 가장 선호하는 색은 진한 청색이며, 산출이 희귀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산출된다.

일반적으로 남정석 결정에서 색은 보통 균질한 상태로 나타나지 않으며, 결정의 위치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다색성이 강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공할 때 가장 색이 강렬하게 나타나는 방향으로 컷팅을 한다. 그런 점은 보석을 세공하는 사람들이 잘 처리를 해주므로 여러분들이 염려할 일은 아니다. 이 돌들은 모두 경도가 7 정도로 단단한 편에 속하여, 보석으로 사용하는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들 중 홍주석에 속하는 광물 중 결정을 절단해 보면 십자가 문양을 가진 돌이 있다. 그런 돌을 치아스톨라이트(Chiastolite 또는 공정석)라고 하는데, 이는 변성과정에서 홍주석으로 변화될 때 탄질물질, 즉 흑연이 불순물로 들어가 십자가 형태로 배열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비록 이 돌이 뛰어난 색상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십자가 형태 때문에 특성을 살려 주로 펜던트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강원도의 탄전지대에서도 치아스톨라이트가 산출되나, 안타깝게도 가공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결정은 매우 드물다.